내년이면 서른 되는 남자고 흡연 경력 9년입니다.
선천적 의지박약아에 무슨일이건 작심삼일은 커녕 작심 세시간도 못하던 제가 오늘로 금연 한달 째 입니다.
파이프 피면서 제가 느꼈던 리얼 느낌들과 후기 간략히 쓰겠습니다.
1번 ~ 10번
저같은 경우 말보루 라이트 피웠습니다. 처음에 좀 불편하지만 이내 적응 됩니다.
10번 ~ 26번
이 구간에 중간중간 줄담배 안하면 못 견디는 때가 옵니다. 주변 사람들 놀려대는 수위가 점점 상승합니다.
되려 담배가 늘어서 괜히 산 거 아닌가 후회도 듭니다. 이 구간 위기 잘 넘기셔야 됩니다.
제가 22번에 결국 못 참고 쌩으로 핀 후 돈 아까워서 다시 1번부터 시작했습니다.
26번~31번
설명서대로 31번 끝내고 담배 더원으로 바꾸고 26번~31번 끝냈습니다. 6미리 피다가 1미리 바꾸니까 딱 느낌이
애기들 쓰는 요구르트용 빨대 아시죠? 볼펜심 굵기 만한거. 그 빨대 물고 허공에다 대고 그냥 공기 빠는 느낌납니다.
안 빨리기도 더럽게 안 빨릴 뿐더러 느낌도 없어서 최대 위기가 옵니다. 6미리 피웠다 1미리로 바꾸는 분들은 이때 되도록이면
지인들과의 만남 및 외출을 자제하시기 바랍니다. 특히 술자리 절대 엄금. 친구놈 같이 시작했다가 30번 쨰에 술자리에서 쫑났습니다.
후기
정식 코스 다 끝내고 그 다음날 아침이 되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담배 생각이 안납니다. 제가 워낙에 독하게 마음먹은 것도 있지만.
아주 안 난다고 하는건 거짓말 이겠지요. 근데 가끔 담배 생각이 나는건
'담배를 피우고 싶다'가 아니라 '무언가를 입에 물고 공기를 빤 다음 내뱉고 싶다' 라는 느낌이 나더라구요.
이게 말로 표현하기가 좀 뭐합니다. 금연 성공한 분들이라면 조금 공감이 될지도 모르겠네요.
담배는 중독이 무서운게 아니고 습관이 무서운 거란걸 알게 되었습니다.
안 피고 한 1주일 간은 조금씩 폐가 간질간질 할때가 있는데, 그 유혹을 이기는게 매우 쉬워졌습니다.
파이프의 효능이 좋은 것인지 제 의지가 그만큼 독해진 건지 잘 모르겠네요 ㅎㅎㅎㅎ 둘다?
주저리 말이 길어졌는데, 아무튼 설명서대로만 잘 해주고 본인의 의지가 흔들림없이 유지된다면
충분히 금연 성공할수 있을거라 봅니다. 요즘 제 흡연자 지인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습니다.
망설이지 말고 도전해보세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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